판례로 보는 인사관리 | 채용내정/수습 - 2 합격 통보 후 채용을 취소했습니다
안녕하세요. 노무법인 넥스트입니다.
채용을 확정해 둔 뒤에 예산이 줄거나, 결원이 저절로 해소되거나, 더 나은 지원자가 나타나는 일은 드물지 않습니다. 아직 출근 전이니 "없던 일로 하자"는 연락 한 통이면 정리된다고 보시는 경우도 실무에서 많습니다. 그러나 채용내정 취소는 노동위원회 구제신청의 단골 사건이고, 회사가 지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최종 합격을 통보한 뒤의 채용 취소는 해고입니다. 아직 출근 전이라도 통보 시점에 해약권이 유보된 근로계약이 이미 성립하기 때문에(대법원 2000. 11. 28. 선고 2000다51476 판결), 취소하려면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하고 서면통지도 해야 합니다.
▸ 이 글에서 다루는 것 — 채용내정의 성립 여부와 채용내정 취소의 정당성
▸ 다루지 않는 것 — 출근을 시작한 뒤의 본채용 거부(시용 편에서 다룹니다)
어디까지가 '채용내정'인가요
법원은 채용 과정을 계약법의 틀로 봅니다. 근로조건이 명시된 채용공고는 청약의 유인, 여기에 응해 입사지원서를 내는 것은 청약, 채용절차를 모두 거친 뒤의 최종 합격 통보는 승낙에 해당합니다. 승낙이 있으면 그 시점에 근로계약이 성립합니다. 실제로 수습기간 시작 전인 최종 합격 통보일에 이미 근로관계가 성립했다고 본 사례가 있습니다(서울고등법원 2020. 4. 22. 선고 2019누58034 판결).
반대로 채용의사가 외부적·객관적으로 명확하게 표명되지 않았다면 채용내정으로 보지 않습니다. 다음 두 사례가 그 경계를 보여줍니다.
- 버스회사가 지원자에게 사원증과 제복을 지급하고 지정 노선을 시험 운행하게 했으나, 임원 면접과 근로계약서 작성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급여·근무조건 협의도 없었던 사안에서 채용내정을 부정했습니다(대전지방법원 2017. 5. 31. 선고 2016구합104714 판결).
- 대표이사가 면접 후 통화에서 "합격이 두 사람으로 좁혀졌다", "오늘 이걸로도 그냥 거의 최종입니다"라고 말하고 나흘 뒤 채용 절차 중단을 문자로 통보한 사안에서도 채용내정을 부정했습니다. 그 표현은 유력하게 고려하고 있다는 의미일 뿐이고, 급여 액수에 관해 양측이 생각한 금액에 큰 차이가 있었으며 담당업무·계약기간도 특정되지 않았다는 점이 근거였습니다(서울행정법원 2024. 10. 10. 선고 2023구합75102 판결).
▸ 성립 시점을 가르는 것은 통보의 형식이 아니라 근로조건이 특정되었는지입니다. 아직 확정하고 싶지 않은 단계라면 "긍정적으로 검토 중"까지만 말하고, 확정한 뒤에는 급여·담당업무·계약기간을 적은 통보서(오퍼레터)를 내보내십시오. 어중간한 구두 표현이 가장 위험합니다.
어떤 취소가 정당하다고 보았나요
채용내정 취소는 이미 성립한 근로계약의 해지이므로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의 정당한 이유가 필요합니다. 다만 아직 노무 제공이 시작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통상의 해고보다는 사유가 넓게 인정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정당하다고 본 사례
- 공고에서 "눈썰매장 등 동종 유사업체 정설기·제설기 운전 및 유지관리 1년 이상의 경력"을 자격요건으로 요구했는데, 지원자가 여러 차례 기회를 받고도 해당 경력을 끝내 증빙하지 못한 사안(서울고등법원 2020. 4. 22. 선고 2019누58034 판결)
- 경영상 이유로 신규채용을 취소하면서 긴박한 경영상 필요·해고회피노력·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기준에 의한 대상자 선정·근로자측과의 성실한 협의를 모두 갖추었다고 본 사안(대법원 2000. 11. 28. 선고 2000다51476 판결)
정당하지 않다고 보는 경우
취업규칙이나 채용공고에 취소 사유가 적혀 있다는 사실만으로 취소가 정당해지지는 않습니다. 채용내정 취소도 해고인 이상, 그 사유가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인지 법률적 평가를 거쳐야 하기 때문입니다. 회사 사정만을 이유로 든 취소도 위 네 가지를 갖추지 못하면 마찬가지입니다.
▸ 취소 사유는 공고 시점에 미리 적어 둔 것이라야 힘을 씁니다. 자격요건과 "증빙자료가 사실과 다르면 합격이 취소될 수 있다"는 문구를 공고에 넣고, 실제로 그 요건을 검증한 기록을 남기십시오. 경영 사정을 이유로 든다면 정리해고 4요건을 그대로 갖춰야 한다고 보는 편이 안전합니다.
※ 여기서 잠깐! 채용내정자에게도 해고 서면통지를 해야 하나요?
그렇습니다. 채용내정 취소는 근로기준법상 해고이므로, 같은 법 제27조에 따라 실질적인 거부 사유와 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해야 합니다. 전화나 문자로 "채용이 어렵게 됐다"고만 알리는 것은 그 자체로 절차 위반이 됩니다.
★ 이 글의 핵심
채용내정 분쟁은 두 번 갈립니다. 먼저 성립했는가에서 갈리고, 성립했다면 취소가 정당한가에서 다시 갈립니다. 근로조건을 특정해 통보했다면 성립이 인정되어 해고 법리가 적용되지만, "거의 확정"에 머물렀다면 애초에 채용내정이 아니어서 다툴 대상 자체가 없습니다. 확정 전에는 확정처럼 말하지 않고, 확정한 뒤에는 해고처럼 처리하는 것이 유일한 안전지대입니다.
실무 체크포인트
- 채용공고에 자격요건과 "증빙 미제출 시 합격이 취소될 수 있다"는 문구를 명시하고, 그 요건을 실제 검증 기준으로 삼으십시오. 위 정당 사례의 핵심 근거였습니다.
- 최종 합격 통보 전에는 "거의 확정" 같은 표현을 쓰지 마십시오. 반대로 통보한 뒤라면 취소는 해고로 다뤄야 합니다.
- 취소 사유와 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고, 검증 기록과 협의 경과를 함께 남겨 두십시오.
오늘 다룬 질문은 "합격을 통보한 뒤의 채용 취소가 해고인가"였고, 답은 근로조건을 특정해 통보했다면 해고라는 것이었습니다. 이어지는 글에서는 출근이 시작된 뒤의 시용 단계로 넘어가, 우리 회사 서류가 시용의 근거가 되는지부터 따져 봅니다. 평가와 통지를 아무리 잘 갖춰도 그 근거가 없으면 소용이 없기 때문입니다. 구체적인 사안은 채용 경위와 공고 내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개별 검토가 필요하시면 노무법인 넥스트로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작성자
고용노동부 등록 노무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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